• ‌Taewon Oh.

  • ‌Artist

Gold drops, 90x63x63cm( pedestal 50x73x73cm),Fiber Reinforced Plastics, Chrome Painting, 2019

OH Taewon 오태원  Drops, TimeSlip  Gallery O Solo Exhibition, 2019

OH Taewon 오태원  Drops, TimeSlip  Gallery O Solo Exhibition, 2019

OH Taewon 오태원  Drops, TimeSlip  Gallery O Solo Exhibition, 2019



‌물의 형태, 생명의 모양
< 오태원_9시 17분, Drops >전  2019.2.2-2.27   Space55‌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그 말을 물질적으로 화신(化身)하는 사물의 그 물질성도 함께 사라질 때, 시라는 이름을 가진 미의 기적이 일어난다.” - 황현산  「말라르메의 언어와 시」 ‌


‌오태원개인전 < 9시 17분, Drops >는 자신이 태어난 시간과 작가의 시그니처라 부를 수 있는 형상인 ‘드롭스(Drops)’를 연결한 전시이다. 2010년 즈음에 탄생한 물방울 형상의 드롭스는 조금씩 형태가 다듬어지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전시장에는 여러 유형의 드롭스가 공간을 점유하고 있었다. 입구 왼편의 가장 규모가 큰 드롭스는 천고가 낮은 전시장의 물리적 한계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억지로 틀어넣은 이불장 속 베개처럼 공간에 끼워져 있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전시 초반에는 더 팽팽한 상태로 공간과 힘겨루기를 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드롭스의 공기가 서서히 빠지면서 전시 공간 속에 기체의 시간이 혼합된다는 상상을 일으켰다. 대부분 드롭스는 공기를 주입한 풍선으로 제작되지만, 물성이 강한 시멘트와 같은 질료를 이용한 혼합매체로도 만들어진다. 왼쪽 구석에는 황금색으로 표피의 드롭스가 위치하는데, 그 정면에 위치한 영상이 반사되면서 검은 공간이란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황금 드롭스 표면에 맺힌 검은 공간은 시각적인 액자구조(mise en abime)를 만들어냄으로써 화려한 황금색 너머의 어두운 그림자 세계를 드리운다. 무엇보다 영상에서는 드롭스가 화형을 당하는 장면이 투사되고 있었다. 불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드롭스는 의연하게 이 화형식을 견뎌내고 있었다. 황금색 맞은편 공간에는 드롭스의 장례가 열리고 있었다. ‘장례’라는 표현이 적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그물망 밑에 타버린 재처럼 널브러진 드롭스의 표피는 빛에 의하여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세 개의 드롭스 설치와 영상 작업 사이에는 그물과 비즈로 제작된 다수의 목걸이 더미가 설치되어 있었다.이처럼 굳이 전시를 세밀하게 서술한 이유는 오태원의 예술은 각각의 작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업이 공간 내부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시각적 스펙터클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어떤 연극적 정서 내지는 상태를 끌어낸다는 점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작업이지만 각각의 재료들의 색채와 질감 그리고 전시를 보다 극적으로 변신시켜주는 조명의 힘이야말로 오태원 작업이 가진 매력적인 측면이다. 한국 미술계는 벌써 십여 년 전부터 다원 예술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실상 적지 않은 다원 예술이 실제로 다원적이라기보다는 융합 내지는 혼성에 더 무게를 둔 실험(experimental)에 그친 게 아닌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그 이유는 아마도 한국미술계에서 일어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진적인 유행과 정책 지원이 실상은 창작 활성화를 위하기보다는 예술의 세계화에 편승하기 위한 화학적으로 근육을 단련하려는 엉큼한 속셈 때문일 것이다. 한편 오태원의 공간연출 방식은 설치미술에 바탕을 둔 조형적 드라마터그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이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전시 표제부터 내용적 측면을 살펴보자. 과연 작가는 자신의 탄생 시간과 드롭스를 연결 지음으로써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가 작업의 형태와 화려한 표면에 눈이 멀어서 놓친 게 있지는 않을까? 서서히 공기가 빠지는 드롭스, 타오르는 불꽃 위에서 의연히 존재를 지탱하는 드롭스, 우리에게 무엇을 보고 있느냐고 묻는 듯한 황금색 드롭스, 마지막으로 처연하게 모든 숨을 다 뱉은 후 남겨진 드롭스의 검은 표피까지. 이 전시는 물, 불, 흙, 공기의 순환을 통하여 삶과 죽음을 건드린다. 그렇게 물방울 형상은 관습적인 상징성에 머물지 않고 물이 품은 생명의 가치를 질문한다. 글 서두에 인용한 황현산 선생의 글처럼 사물의 물질성이 함께 사라질 때를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미적 기적을 원한다면 말이다  

● 정현 미술평론가

2019-2020 양평군립미술관  < 미디어시티 > 전시전경  

Hebei Drops3,  Hebei Drops 시리즈, 중국 로드전시 , 2019 

OH Taewon 오태원  Gold Drops, As installed,  2019

‌OH Taewon 오태원  Gold Drops, As installed,  2019

OH Taewon 오태원  9시17분, Drops,  2019

‌OH Taewon 오태원  9시17분, Drops,  2019

‌OH Taewon 오태원  9시17분, Drops,  2019

OhTaewon  'Drops of Soul'  Achival Pigment Print

2020 장흥가나아트 오프스튜디오 Special Exhibition 전시설치전경

The Old Time and New Space,  은암미술관 설치전시 전경, 2019

The Old Time and New Space,  은암미술관 설치전시 전경, 2019


BIOGRAPHY

Artist Taewon Oh 오 태 원

Installation
Art direction
Media art
Installation Video
Sclupture objet art
Graphic design
Theather stage art
Photography
Print


EDUCATION
-Ph.D Visual Design Major, Hongik University, Seoul, South Korea.
-Graduated from department of Western painting, National SEOUL University, seoul, Korea. (M.F.A)-Graduated from department of Plastic Arts, National PARISⅧ University, Paris, France.(M.F.A, B.F.A)-Graduated from department of Spectacle Arts, PARIS Ⅷ University, Paris, France.
-Atelier 17 'Contrepoint', Paris, France.(Print Major)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 졸업(미술학박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졸업
프랑스 국립파리8대학 조형예술학과 학사  졸업

프랑스 국립파리8대학 조형예술학과 석사 졸업

EXHIBITION (Solo Exhibition)
2020 ‘Drops Playground’, 세운아트스페이스, 서울
2019 “Drops, TimeSlip”, Gallery O(갤러리오), 서울.
2019 ‘Black in Drops 27’, 삼탄아트마인 세화장 마인갤러리, 강원도 정선.
2019 ‘09:17, Drops’, Space55, 서울.
2018 ‘Hebei, Drops’, SeUnArtSpace, 서울.
2018 ‘DC Project : Beijing, SongZhuang송좡예술특구, Gallery No-Wind Zone, 중국북경.
2018 ‘Drops in the Cube’ - DC Project:City Road–Seoul Jonglo, 세운아트스페이스, 서울.

2017 "Labyrinth of Drops",  IndiArtHallGong-GongDoSA, Seoul.
2017 "Drops unfamiliar and Lonly", Seoul Art Center, Hangaram Museum, Seoul.
2016 “#66Drops”, Gallery Pink, Seoul, South Korea.
2015 “ Drops of Soul”, KimBoSung Artcenter, Seoul, South Korea.
2014 “Natural Intensity”, Gallery Iang, Seoul, South Korea.
2013 “Mystique Watery”, Space Sun+, Seoul, South Korea.
2011 “The Stream of Memory”, Gallery Iang, Seoul, South Korea.
The rest 6 times Exhibition (Korea, France)


2020 ‘Drops Playground’, 세운아트스페이스, 서울
2019 “Drops, TimeSlip”, Gallery O(갤러리오), 서울.
2019 ‘Black in Drops 27’, 삼탄아트마인 세화장 마인갤러리, 강원도 정선.
2019 ‘09:17, Drops’, Space55, 서울.
2018 ‘Hebei, Drops’, SeUnArtSpace, 서울.
2018 ‘DC Project : Beijing, SongZhuang송좡예술특구, Gallery No-Wind Zone, 중국북경.
2018 ‘Drops in the Cube’ - DC Project:City Road–Seoul Jonglo, 세운아트스페이스, 서울.
2017 "미궁의 물방울", 초대전, 인디아트홀공별관-공에도사가있다, 서울.
2017 "낯선 물방울 그리고 고독", 에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6 '#66Drops' 초대전, 갤러리 Pink, 서울.
2015 "Drops of Soul",초대전, 금보성아트센터, 서울.
2014 ‘Natural intensity’, 초대전, 갤러리 IANG, 서울. 2013 ‘Mystique Watery’, 비영리공간 스페이스선+ 추천작가전, 서울.
2011 ‘The Stream of Memory’, 초대전, 갤러리 이앙, 서울. 2010 ‘눈으로 만지는 시각’, 초대전, 서울대학교 우석갤러리, 서울.
 2009 ‘퐁텐블로 숲 속 눈물들 이야기Ⅱ’, 초대전, 갤러리 SO, 서울.
2007 초대기획전, Lou Pascalou, 프랑스 파리.
2006 스튜디오 KC, 초대전, 프랑스 파리.
2005 갤러리 ‘Ecole Buissoniere(에꼴뷔쏘니에)’, 초대전, 프랑스 파리.
2005 'Village Daguerre', 초대전, 프랑스 파리


Major Exhibition
- "Exhibition UPcycle Art GwangMyeong"
(2017),GwangMyeong LASCO Gallery, GwangMyeong.
 International Eco-Environmental Art Festival 2016’, Suncheon Bay National (Garden West Gate, Suncheon, South Korea, 2016)
-‘Art of Steam - The meeting of art and science’, -Gallery Posco (pohang, South Korea, 2016)
-Daegu Contemporary Art Festival in Gangjeong (Daegu, 2016.7.15.-9.18 schedule)
-SOAF Seoul Open Art Fair (Seoul, COEX, 2016)
-2015 International Sea Art Festival (Busan, hosted by Busanbiennale, 2015)
-Namsong Media Art Festival (Seongnam Arts Center, 2015) 

-Open National Assembly Art Festival (Seoul, National Assembly grass Garden, 2015)
-Body-Sense of Recovery (Seoul, Zaha Museum, 2014) -Art flowing the Green Way - Open Sculpture (Seoul, Gangdong ArtCenter, 2014)

-'Changwon Asia Contemporary Art Festival2014’ (Changwon, Sungsan ArtHall, 2014)
-The 16th Space International Print Biennial (Seoul, OCI Museum, Purchase Prize, 2011)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Chize Biennale', (Chize, France, Invitation of Chize Biennale, 2004)
-Art Brug (Monhiem, Germany, 2003)


Group Exhibition
2020 ‘Art Pendemic Project 3rd’, 가나아트1,2아뜰리에, 장흥.
‘MASK', 대전현대갤러리 코로나19( Anti COVID19)기획전, 현대갤러리, 대전.
‘어레디 옥션 Already Auction', 이미단체x알재단xPaddle8기획전시, Space 55, 서울.
’Drops & Landscape', 토탈미술관xGallery SAC3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및 기획전시, 코타키나발루, 말레이시아.
2019 ‘이미지_역사와 인간사이: 다섯가지 해석들’, 토탈미술관, 서울
‘미디어시티’전, 양평군립미술관8주년기념기획전,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Chambre de Memoire’, Espace AMARRAGE, 파리, 프랑스
‘Willy Sally’, 세운아트스페이스 썸머 기획전, 서울
‘판화의 시간성’, 유나이티드 갤러리, 서울
‘이미, 바닥, 세운상가 세운홀, 이미단체 기획전, 서울
‘Phanism(파니즘), 사이아트갤러리, 서울
‘The Old Time & New Space’, 은암미술관, 광주
‘세운아트스페이스 1주년 개관 기획전’, SeUn ArtSpace, 서울
‘달콤한 비눗방울’, 아트스페이스M개관전, 아트스페이스M, 서울.
‘A priori’, 이정아갤러리, 서울.
2018 ‘지리산국제환경예술제2018’, 지리산아트팜, 하동.
‘Code Red’, 세운아트스페이스, 서울.
‘예술과미디어,실크로드’전, 북경국제미술초대전, 북경송좡예술특구, G-ARTGallery, 중국북경.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엑스포비엔날레 D 전시홀, 엑스포아트갤러리, 여수.
‘파주아트페스티벌’, 한조각의 평화전, 파주스튜디오5274, 파주.
‘보다 가까운, Plus Près’, 한불조형예술협회기획전, 갤러리FM98.5, 세종.
‘팔월의 크리스마스’, 세운아트스페이스 썸머기획전, 세운아트스페이스, 서울.
‘우주시계의 기운’, 돈의문박물관마을 기획전, 돈의문박물관마을G4, 서울.
‘2018의정부아트페스티벌’, 의정부 예술의전당, 의정부.
‘SNU 빌라다르페스티발 2018 Villa D`Art Festival 2018’,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세운아트스페이스 개관전’, 세운아트스페이스, 서울.
‘페이스부킹, Faceboo-king, 5th공존-자화상, 인디아트홀 공 본관, 서울.

‌2017 광명업사이클아트기획전, ‘와인병의 진화’, 광명동굴 라스코전시관, 광명.
‘감각언어’, 구하갤러리, 서울.
‘심야의야마꼬 Step1’, 인천아트플랫폼 G1, 인천.
3인기획전, ‘OHAO, Holiday in Incheon’, 인천아트플랫폼 G1, 인천.
‘7번유형’, 인디아트홀 공, 서울.
‘Human nature’, 갤러리 Fifty Fifty / Indigo Place, 서울.
‘Multicultural Design & Art’,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Spring Air’전, 3인전, 설미재미술관, 가평.
‘문명의 기억과 조형’, 주멕시코문화원, 멕시코시티.
2016 “Bottle Art”전, 이정아 갤러리, 서울.
“RED”전, 갤러리 마롱, 서울.
“Art 로 Steam”전, 예술과 과학의 만남, 갤러리 포스코, 포항.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2016’, 낙원유람-야외설치전, 순천만국가정원 서문습지일대, 순천.
‘확장의 흔적’전, 이정아 갤러리, 서울.
‘갤러리 다임 개관초대전’, 갤러리 다임, 부산.
‘화가군도’전, 갤러리 INI, 제주도.
‘세계아트디자인페스티벌인구리’, 구리시민한강공원, 구리.
‘인연’전, 화인갤러리개관초대전, 갤러리 화인, 여수.
‘마술적 리얼리즘’, 갤러리 이공, 대전.
‘강정대구현대미술제2016’, The ARC 디아크광장, 대구.
‘홍익대70주년국제교류전’, 홍익 현대미술관HOMA, 서울.
‘조형의 진화-천태만상’, 리딩대학교갤러리본관, 런던, 영국.
‘국회조형전-야외조각프로젝트’, 국회의사당, 서울.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코엑스, 서울.
‘사유와 시선’, 갤러리 이앙, 서울.
‘기초조형과 공간’-기초조형학회 국제기획초대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5 제1회남송미디어아트페스티벌, 성남아트센터, 성남
‘퍼블릭아트인부산’, 국제환경예술제, 낙동강문화관, 부산
‘지역에서 세계로Ⅱ’ 부산조각제, 부산문화회관
‘2015바다미술제’, 다대포해수욕장, 부산비엔날레주최, 부산
‘Je suis...’ 전, 남송미술관, 가평
‘현대미술을 보는 눈’, 무등갤러리, 광주
‘열린국회아트페스티벌’-야외조각설치전, 국회의사당 잔디마당, 서울
‘여수바다미술제’, 웅천공원, 여수
3인기획전, 블랙스톤CC.갤러리, 이천
인디아트홀 공: ‘공존-동거동락’ 전, 인디아트홀 공, 서울
2014 ‘몸-감각회복’ 전(한국예술복지재단 프로젝트 지원사업) 자하미술관, 서울
‘예술이 흐르는 그린웨이’, 야외조각전, 강동아트센터, 서울.
YIAF,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예울마루, 여수.
미디어아트-아트비젼, 스퀘어원스페이스, 인천.
‘île de France-일 드 프랑스’, 금보성아트센터, 서울.
‘2014창원아시아현대미술제’, 성산아트홀, 창원.
‘Carre x 27’ Prologue2014, 공동기획프로젝트, 스페이스 선+, 서울
그 외 80여회 단체전


吳 泰 沅   Taewon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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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


 ‌'Zero Gravity Big Drops(제로그래비티 빅드롭스)'

‌2016, Special Plastic, Rope, Film sheet, Led, 6010x4000x4000cm, 4500x3050x3050cm, 3500x2800x2800cm,
as Installed Suncheon Bay International Eco Environmental Art Festival 2016 – Outdoor Installation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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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 Thousands of light particles., Thousands of Drops

'International Sea Art Festival 2015' 
Dadaepo, Busan, hosted by Busanbiennale, South Korea.
< Thousands of light particles., Thousands of Drops >  2015, Plastic, Beads, Spangle, Net, Rope, 400x1,800x350cm, as Installed, Collaboration with korean poet Go-un
 Exhibition Period <  2015. 09. 18 - 10. 18 >

'물방울' 조형물은 삶을 치유하는 매개체

글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기사입력 2015-12-31 10:32 | 최종수정 2015-12-31 15:12
2016년 1월1일 아시아경제 < 사람소리-이사람 >신문기사와 온라인기사 '이런 사람도있다'라는 소개 공간.

고은 詩語를 조형예술에 담은 오태원 작가 물이 갖는 무한함과 시의 결합 …

바다미술제서 대형작품 전시 화제물방울 테마로 설치, 영상 등 복합매체 활용한 작품 선보여오태원 작가[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어쩌면 우리 몸은 하나하나의 영혼이 담긴 물방울을 담은 그릇일지도 모릅니다. 여러 형태와 형상으로 변화하지만 세계를 보듬어 안아 위로하고 다독이는 영혼의 물방울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물방울 하나에 수 천 개의 빛을 담고 또 그 안에 담긴 인생의 의미를 담론으로 이어가는 오태원 조형예술 작가노트 속 한 구절이다. 지난해 9월 부산 바다미술제에서 '천 개의 빛, 천 개의 물방울'이란 주제로 대형 설치물을 보여준 작가는 당시 고은 시인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후 12월엔 물방울을 테마로 한 입체조형물과 영상, 이미지 작업을 보여주는 갤러리 초대전(Drops of soul, 드롭스 오브 소울)도 열었다. 국내 대중에겐 다소 생소한 조형ㆍ설치예술 분야에서 묵묵히 일관된 주제를 선택해온 그가 새해를 맞아 한국에서의 전시 활동과 고은 시인과의 작업 뒷이야기,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줬다.1일 오 작가는 "물이 갖고 있는 무한하면서 자유로운 특성에 상징과 해석을 부여하고 그 의미들을 물리적 형태로 드러내는 작업들을 해왔다"며 "물방울 속 안에는 수많은 (삶의) 눈물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작업의 핵심 소재가 되는 물은 형태를 가지는 물(물방울)과 형태를 지니지 않는 물(영혼)로 구분된다. 또 물결이 칠 때 (물방울은) 탄생의 순간을 경험하고 곧이어 다른 물방울이 생겨나면서 '시간의 개념'이 생겨난다. 이처럼 시간차를 두고 생겨나는 다른 물방울로 인해 수량과 공간의 개념도 탄생하는데 이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내부와 외부의 상호작용과 소통을 통해 공간의 새로운 경계와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해석이 다소 어렵다는 기자의 말에 작가는 "물방울에 대한 감상은 보는 이의 눈높이와 주관적 심미안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며 "삶의 애환이 담긴 물방을 하나가 치유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바다미술제 당시 고은 시인과 함께 한 작업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바다미술제에서 선보였던 작품은 길이 18m, 폭 4m, 높이 3.5m 크기의 터널형태 설치물인데 거울처럼 사물이 비춰 보이는 가로 패널 위에 '고은 시 전집'에서 선별한 동사형 시어 100개가 아크릴 물감으로 써졌다. '너는 네 사랑하는 모습이어라' '꽃 피어나리라'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라' 등 마음을 움직이는 시어와 함께 천정에서 하늘거리는 물방울 조형물을 보며 관람객이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게 했다. 특히 밤에는 오로라 빛 조명 연출과 비즈 장식으로 밤하늘에 무수히 쏟아지는 별빛이 물방울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는 작가가 프랑스 유학 시절 사막을 여행하며 바라본 밤하늘을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시인의 전집을 일일이 뒤져가며 어렵게 시어를 골랐지만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씻은 듯 가셨다고 한다. 그는 "천 개의 투명한 물방울들이 낮에는 자연의 빛과 만나 반짝이고 밤에는 조명이 발하는 빛과 만나 우주의 형상으로 이미지화됐다"며 "이후에도 조형과 설치, 영상, 평면 등 복합매체를 두루 활용해 형상화된 물방울의 본질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가는 평면과 입체 작업에 이어 선보인 '드롭스 오브 소울(Drops of Soul)' 영상작업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생성하는 물방울로 영혼의 강인함을 표현했다. 'Drops of Soul' 전시회에서 선보인 물방울 설치물.연이어 선보인 작품들에 대해 작가는 "물의 안과 밖의 세계를 시공간을 초월한 여러 겹의 삶이 보듬어 안고, 동시에 물방울이 겹겹이 쌓인 삶의 애환과 상처들을 어루만져준다는 의미에 주목했다"며 "조형물이란 결국 우리와 함께 공존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와 소통하는 일상적인 것"이라고 해설했다. 이어 "물에 담긴 의미와 해석은 열린 문처럼 끊임없이 추가되고 확장될 것"이라며 "물과 빛을 소재로 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계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싶다"는 계획을 전했다.오 작가는 프랑스 국립파리8대학 조형예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미술대 서양학과 석사과정을, 홍익대 일반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프랑스 파리에 머물며 '스튜디오 KC(2006년)' 'Ecole Buissoniere - 에꼴뷔쏘니에(2005년)' 'Village Daguerre(2005년)' 등 현지 초대전에 참여했으며, 국내에서는 'Drops of soul(2015년)' 'Natural intensity(2014년)' 'Mystique Watery(2013년)' 'The Stream of Memory(2011년)' 등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국제 아트페스티벌을 비롯해 '2015바다미술제' '열린국회아트페스티벌(2015년)' 등 85여회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공연무대미술ㆍ디자인 작업, 전남대 강의도 병행하고 있다. 2011년엔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매입상을 수상한 바 있다.


PROJECT

- Drip-Drop #Series

‘‌Drip-Drop #1, #2, #3, #4, #5, #6, #7, #8,  Series  2014-2016’ ‌
‌‌‌‌

‌‌물의 결, 물의 빛 그리고 영혼의 물방울 _김성호(미술평론가)_

‌1. 물방울, 물방울들
오태원은 물방울을 만들고 물방울의 이야기를 펼친다. 물방울이란 원래 자연에 있는 것이니, 물방울을 형상화하고 물방울에 관한 이야기를 만든다고 하는 것이 보다 더 적절하겠다. 물방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공기로부터 마술처럼 생겨난다. 보라! 이른 아침 풀잎 위에 이슬이라는 이름으로 영롱하게 나타난 물방울들을, 또는 차가운 물병의 표면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물방울들을, 그리고 뜨거운 물이 만들어낸 수증기가 달라붙은 거울로부터 이내 흘러내리는 물방울들을 말이다. 분명 그것은 공기가 차가운 물질을 만나 생긴 변화체이다. 어디 그뿐인가? 물방울은 물로부터 떨어져 나오기도 한다. 하늘이 퍼붓는 비로부터 빗방울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바다가 출렁이는 파도로부터 떨구어 내는 포말(泡沫)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뺨을 타고 흐르는 물로부터 눈물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러니 그것은 공기나 물처럼 기체나 액체로부터 떨어져 나와 생성된 단순한 물리적 변화체이지만, 심리적 감성을 담아내기에 유효한 물질이기도 하다. 그것은 덜 잠긴 수도꼭지로부터 한 방울씩 떨어지는 수돗물의 분신들처럼 그다지 원치 않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한편 그것은 내 마음이 투영되고 내 감성이 내려앉는 풀잎 위 이슬과 같은 정령(精靈)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풀잎 끝에 맺혀 있는 이슬방울에서 싱그러운 아침의 무엇을 이야기하고, 방금 물로 씻어낸 과일 위에 미처 떠나지 못하고 남겨져 있는 물방울로부터 작지만 소중한 무엇을 발견하기도 한다. 때로는 눈가를 타고 흐르는 빗물로부터 슬픈 눈물방울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물방울! 그것의 실체는 도처에 있다. 비를 만든 구름 속에, 찬란한 아침의 대기 속에 그리고 나의 감은 눈 아래 있다. 그렇다. 그것은 물과 공기로부터, 액체와 기체 사이에서 그리고 액체와 액체 사이에서 생성, 소멸한다. 때로는 뭉치면서, 때로는 흩어지면서 때로는 차가운 온도의 표면을 만나면서 생성하고 소멸한다. 심지어 그것은 ‘땡땡이’라는 별명을 지닌 물방울무늬를 통해서 허구적 이미지의 삶과 죽음 사이를 유령처럼 순환하기도 한다.   오태원은 이러한 물방울을 만든다. 아니 이러한 물방울의 형상을 만든다. 조각의 물질적 실체와 더불어 허구적 환영으로 겹쳐진 거대한 크기의 물방울을 말이다. 윗부분은 삐쳐 있고 아래는 둥글둥글한 모양의 그것은 낙하를 시작하자마자 멈춘 상태의 형상이다. 영어의 물방울 표기인 드롭(drop)이 ‘떨어지다’는 의미를 지닌 것처럼, 오태원의 물방울들은 중력을 향해서 떨어지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짧은 순간을 정지시켜 포착한 것들이다. 물의 형태란 늘 규정짓기 어렵다. 어떠한 틀이나 그릇 속에서 담기지 않으면 그 형상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을 담는 그 어떤 틀이나 그릇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할 때, 우리는 폭포와 같은 물줄기의 형상이나 그 포말로부터 분산하는 물방울들의 형상 정도를 생각해 볼 따름이다. 원래 ‘형상 없는 존재’이며 ‘중력에 순응하며 뭉쳐 있는 존재’인 물은 어떤 틀을 만나 그 ‘틀의 형상을 따라가는 존재’가 된다. 그렇다. 물은 차라리 형상이기보다 물질이자 유동적인 운동체이다. 그렇다면 물방울이란? 물방울 또한 물질이자 운동체이다. 그것은 하나가 아니라 종종 복수이다. 아니 그것은 언제나 복수로 존재한다. 물방울이 아니라 물방울들인 것이다. 즉 그것이 아니라 그것들이며, 당신이 아니라 당신들이며, 내가 아니라 우리인 것이다. 여기에 오태원의 물방울들이 가지는 두터운 은유의 정서와 더불어 실재로서의 의미가 있다.
II. 실재로서의 물의 결
오태원의 작품에서 물방울은 물방울들이라는 복수형으로 자리한다. 그것은 개별 물방울을 독립시키기보다는 물방울과 물방울을 겹쳐지게 하는 ‘겹’을 형성한다. 서로의 몸이 겹쳐진 상태의 복수로서의 물방울들, 즉 ‘멀티(multi)-물방울’ 혹은 ‘멀티플(multiple)-물방울’을 드러내는 것이다. 보라! 한 개의 커다란 물방울을 전시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오태원에게 있어 대개의 전시 출품작들은 복수이다. 《부산국제환경예술제》(2015)에 출품되었던 2개의 물방울 작품 〈Drip-drop2〉은 서로의 몸의 한쪽 끝을 살포시 겹쳐 하나의 스크린을 만들어 자신의 몸 위로 투사되는 영상 이미지를 받아들인다. 《창원아시아미술제》(2014)에 출품했던 4개의 물방울 작품 〈Drip-drop1〉은 또한 어떠한가? 4개의 물방울이 겹쳐지며 형성되는 멀티-물방울의 스크린은 서로서로 겹쳐지며 ‘겹’의 미학을 넉넉히 창출한다. 하물며 1000개가 넘는 물방울들이 서로의 몸을 겹쳐 장관을 이룬 《바다미술제》(2015)의 출품작 〈천 개의 빛, 천 개의 물방울〉은 말할 나위가 없다. ‘겹’이란 “물체의 면과 면 또는 선과 선이 포개진 상태 또는 그러한 상태로 된 것”이다. 즉 겹이란 달리 말해 틈이나 구멍처럼 빼기(-)의 공간이기보다 하나의 개체가 또 다른 개체가 만나 이루는 더하기(+)의 공간이다. 아울러 그것은 개체들 사이의 연접의 지대이자 접촉 공간이다. 오태원의 작품에서 물방울들은 대개 하나의 물방울과 또 하나의 물방울이 만나서 연접을 이루고 더해지면서 겹을 만든다. 즉 개체의 증식을 통해 겹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더불어 오태원의 작품에서 겹은 물방울 개체의 내부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2015바다미술제》출품작에서 처음 선보였던 ‘접어 만드는 각진 물방울’이 그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보석과도 같이, 물방울이 얼음으로 결정(結晶)화된 모습이었다. 마치 보석처럼 보이기도 해서 〈천 개의 빛, 천 개의 물방울〉이라는 제명을 충족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즉 각이 있는 물방울 자체가 빛의 반사체로서 기능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각형의 물방울을 위해서 오태원은 접는 물방울을 고안했다. 물방울의 피부를 전개도처럼 겹으로 접어서 안으로 넣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게다가 금보성아트센터에서의 개인전(2015)에서는 이 다각형의 물방울 안에 여러 인조 보석을 넣음으로써 물방울 개체 내부의 겹들을 다층화하는 시도를 행하기도 했다. 우리는 안다. 물방울 내부의 겹들은 개체와 개체가 만나는 외부와의 무수한 겹을 통해서 하나의 ‘일정한 흐름’을 만든다. 어떤 경우는 1000개가 넘는 물방울들의 포개짐과 겹쳐짐을 통해서 ‘균질의 흐름’을 만들기도 한다. 그것을 우리는 흔히 ‘결’이라 부른다. ‘결’은 각진 물방울의 ‘결정’ 구조처럼 ‘규칙적이고 정형적인 상태’를 의미하면서도 결정보다 더 미세한 규칙적 흐름을 의미한다. 즉 ‘결’은 볼록과 오목, 양과 음, 포지티브와 네거티브를 상호 충돌시키면서 일정한 질료적 평정의 상태를 만들어낸다. 쉽게 말해 결이란 서구에서 흔히 마티에르(matière)라고 부르는 속성을 공유한다. 그러니까 오태원의 ‘물방울+물방울’의 만남은 개체 내부와 더불어 개체 외부와 외부의 결합에 의해서 일정한 평균치의 질료의 상태를 만든다. 시각적으로 설명한다면, ‘개체+개체→겹→결’의 일정한 흐름이 작품의 표면 위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겹들은 허구의 것이 아니라 실재의 것이다. 때로는 그 겹들이 각진 물방울 내부로 잠입하거나, 때로는 서로 겹쳐지고 포개진 물방울들 외부의 공간으로 내몰려 잘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들은 어떤 경우에도 이미 실재이다. 마치 들뢰즈(G. Delleuze)의 잠재적 존재(virtualité)로서의 ‘주름(pli)’의 비유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커튼의 보이지 않는 주름 내부는 실재로는 존재하지만, 현실화되지 않은 까닭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커튼을 활짝 펴서 주름 내부의 공간을 현실의 지평 위에 올리게 될 때 비로소 우리의 눈에 보이게 되지만, 현실화 이전의 그것은 이미 잠자는 상태로 존재하는 잠세태로서의 실재이다.
 III. 은유로서의 물의 빛
수많은 물방울들이 겹쳐지는 오태원의 작업에서, ‘물의 겹과 결’이 ‘실재’라고 한다면, ‘물의 빛’은 다분히 ‘은유’라 할 것이다. ‘물의 겹과 결’이 얼음-물-수증기라는 고체-액체-기체의 상태를 혹은 잠세태-현실화의 과정-현실태라는 철학적 존재 상태를 변주하지만, 그것은 모두 실재이다. 특히 물이 섭씨 0 ℃와 100 ℃의 특이점(singularité)을 만나 얼음이나 수증기의 형태로 비로소 현실태(actualité)로 변주되는 주름 속 잠세태(virtualité)로서의 존재이듯이, 오태원의 물방울들도 그러하다. 그녀의 물방울들은 들뢰즈의 철학에서 ‘주름’이라는 철학적 비유처럼 끊임없이 잠재태-현실태의 과정을 오가는 변성의 ‘운동체’이면서 잠재적 존재로서의 실존을 여실히 드러낸다. 보라! 물방울은 물의 몸속으로부터 탈주하면서 중력을 거스르는 짧은 순간 현실화되거나, 대기의 몸속으로부터 수증기를 모아 자신의 몸을 만들어 현실화된다. 반면 오태원의 물방울 작업에서 ‘물의 빛’은 물의 허구적 환영을 만들고 물을 대면하는 관객의 심리적 효과를 강화한다. 물론 여기서 ‘물의 빛’은 ‘물의 결’로부터 오는 심리적인 효과이다. 생각해 보자! 결이란 ‘나뭇결’, ‘물결’의 예처럼 물질의 평균화된 촉지적 속성과 같은 외형적인 것이지만, ‘마음결’의 예처럼 평균화된 감정으로 일관화되고 내면화된 것이기도 하. 마치 ‘숨결’이 ‘들숨’과 ‘날숨’을 쉼 없이 교차시키는 가운데서 일정한 평균치의 진폭을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태원 작품에서의 ‘물의 결’을 보라! ‘물결’이 ‘골’과 ‘마루’가 만들어내는 무수한 파동으로 된 ‘간섭 현상(interference phenomenon)’으로부터 형성되듯이, 일정한 결을 만들어 선보이는 그녀의 작업의 심층에는 이러한 골과 마루의 운동이 격렬하게 생산되고 있는 중이다. 결은 실재이다. 그런데 결은 다분히 정신적인 것으로 변주된다. ‘나뭇결’, ‘물결’에서처럼 규칙적이고 정형적인 평정의 형식은 곧 그것의 내용과 맞물린다. 일테면 마음결이란 형식의 차원이자 그것으로부터 진화한 내용의 차원이기도 하다. ‘마음결’이 곧 ‘심리(心理)’인 것과 같이, 결의 형식은 리(理)라는 내용과 언제나 만나는 것이다. 즉 결의 형식은 언제나 이치, 도리, 원리, 섭리와 같은 리(理)의 정신세계와 만나는 것이다. 아니 어떠한 측면에서는 감성의 세계라 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오태원은〈Drip-drop〉(2014-2015)시리즈 작업에서 중력을 지향하면서 낙하하는 찰나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하고 있는 커다란 ‘물방울’ 조형물 위에 영상을 투사한다. 정형화된 물방울의 모습뿐만 아니라 비정형의 물의 운동 이미지들을 한 장소에서 함께 만나게 한 것이다. 그녀가 언급하고 있듯이, “영상에서 보이는 물은 매우 극적인 이미지이다. 물의 마찰을 접하는 찰나, 그리고 빛과 맞닿음으로 결을 만들어 내고, 그 결과 ‘물의 빛’을 형성하게 된다.” 결국 물방울의 물질적 만남과 빛이라는 비물질적 맞닿음이 합쳐져 ‘물의 결’로부터 ‘물의 빛’을 창출하게 되는 것이라 하겠다. 작가는 이 시리즈 작업에서부터 최근의 작업인 〈천 개의 빛, 천 개의 물방울〉(2015)에 이르기까지 물의 내부로부터 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작품 속에 풀어내고자 했다. 관자의 시선을 물 아래에서부터 올려 보게 하는 방식을 실험한 것이다. 물방울 조형물 위에 투사된 ‘유동하는 물의 합성 영상’은 “물의 이미지를 여러 개의 픽셀로 나누고 지우고, 혹은 다시 그려 넣기를 반복하여 만들어 낸 이미지 영상”으로 작품에서 무한 반복되거나 중첩되어 사용된다. 즉 비정형의 ‘물의 빛’ 영상이 정형화된 물방울 조형물 위에 지속적으로 투사된 것이다. 이 시리즈물은 영상이든 실제의 구조물이든 물의 터널 안에서 물을 바라보게 만드는 관람 형식을 띄게 됨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어머니의 자궁 속의 원초적 기억을 더듬게 만들거나 동화 세계의 인어가 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터널은 마치 벤야민(W. Benjamin)이 19세기의 파리의 파사쥬(passage)로부터 탐구한 쉬벨러(schwelle)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은 ‘안과 밖이 뒤섞이는 혼성의 공간이자, 경계로 구획된 위계와 질서의 공간을 무너뜨리는 탈구획의 경계 영역이자, 위계와 탈위계를 오가는 중간 영역’이다. 앞서의 논의를 잇자면 그것은 들뢰즈의 주름들(plis) 또는 겹주름(replis), ‘확장된 주름’ 또는 ‘주름에 의한 주름(pli selon pli)’의 공간이기도 하다. 즉 특이성이 작동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주름의 개념이 지속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여기서 ‘주름 접기(plier)’와 ‘주름 펼치기(déplier)’는 동시에 지속된다. 즉 ‘접다(plier)-펼치다(déplier) 그리고 감싸다(envelopper)-풀다(développer)'가 지속되는 것이다. 한편, 야외 전시일 경우, 낮 동안에는 물방울 조형물의 표면을 덮고 있는 반짝이는 반사체의 재질에 투사되는 자연광의 효과를 통해서 무지개색이 영롱한 ‘빛의 무늬’를 선보인다. 밤에는 빛나는 인공조명으로 같은 ‘물의 빛’을 만드는 효과를 기대한다. 그것은 때로는 빛나는 천상의 세계를, 때로는 자연의 세계를, 때로는 심리 내면의 세계를 상황에 따라 다른 내면의 세계를 은유하면서 관객을 초대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야외 전시 중 비가 온다면 금상첨화이다. 작가가 기대하는 예술로서의 허구적 이미지와 실재의 빗물이 만나 ‘물의 결’과 ‘물의 빛’을 동시에 유감없이 펼쳐내고 관련한 주제 의식을 극대화시키는 까닭이다.
 IV. 영혼의 물방울
‘물의 빛’과 ‘빛 무늬’는 오태원의 물방울 군집이 창출하는 ‘물의 겹’과 ‘물의 결’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이고도 감성적인 차원의 세계를 드러낸다. 금보성아트센터에서의 개인전(2015)에서 선보였던 전시 주제 ‘영혼의 물방울(Drops of Soul)’은 바로 이러한 물방울이 품고 있는 물질의 의인화의 개념과 더불어 사물 존재의 미학을 건드린다. 물방울의 복수, 물방울의 집단체가 만드는 겹과 결의 질료적 평균화가 이르게 만드는 ‘심리적 결’로서의 영혼의 세계는 그녀의 작업이 지니는 본질적 차원이 다분히 심미적이고 정서적인 곳에서부터 발원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는 지금까지 분석했던 그녀의 작품들이, 들뢰즈가 바로크 건축에서 발견했던 6가지 미학의 특성을 매우 유사하게 공유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①주름(le pli), ②안과 밖(l’intérieur et l’extérieur), ③위와 아래(le haut et le bas), ④펼침(le dépli), ⑤짜임새(les textures), ⑥패러다임(le paradigme). 이러한 특성들은 오태원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물방울(들)의 내/외부의 연장, 물방울 터널의 위/아래. 물방울들의 겹쳐짐, 물방울들의 겹과 결, 들뢰즈 철학의 주름 비유의 조형적 실험과 확장과 같은 특징들과 연동된다. 그러나 이것은 공간의 담론에만 그치지 않는다. 들뢰즈가 바로크 건축에서 발견하는 미학적 특성은 ‘주름’ 이론을 중심으로 한 ‘물질과 영혼 사이에서의 예술 탐구’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3번 항목 ‘위와 아래'에 대한 분석을 ‘빛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접근하거나 2번 항목 ‘안과 밖’에 대한 분석에서 “무한히 세분화되는 주름은 물질과 영혼 사이를 통과하고,〔...〕구부러진 선은 영혼 속에서 현실화”된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태원은 최근 개인전에서 계단 위에 물방울들을 늘어놓거나 전시장 벽 가득 물방울로 중첩된 벽을 만들기도 한다. 갖가지 인조 보석들과 장식들을 함께 배치해서 물방울의 주름의 담론을 조형적으로 다양하게 실험한다. 파티션 내부에 어두운 공간을 만들고 다각형 구조로 생긴 수많은 물방울들을 천장에 매달아 물의 영상을 투사하는 영상 설치 작품 또한 선보인다. 이 모든 것들은 그녀가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생성하며, 끝내 사그라지지 않는 꿋꿋한 영혼의 강인함”이라고 표현하는 정신적, 심미적 차원의 심층에서 탐구되는 것이다.

 “나의 물방울 속 안에는 수많은 눈물이 담겨 있다.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모두 다르지만, 그 어떤 한 방울도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 이번 전시에서는 설치 작업과 영상을 통해 물방울의 본질을 드러내고, 영혼이 담겨 있는 수많은 물방울들을 이야기한다. 그간 작업의 핵심적 소재가 되었던 물은 이번 전시에서 형태를 가지는 물(물방울)과 형태를 지니지 않은 물(영혼)로 구분되며, 물방울의 표상으로 내포하는 의미들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녀의 진술처럼,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물방울이라는 조형적 구조물을 통해서 오태원이 천착하는 ‘영혼’ 혹은 ‘눈물’과 같은 정신적이고도 심미적 차원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아울러 들뢰즈의 주름의 위상학(topology), 리좀적 시공간을 교차시키는 이미지들을 통해서 작업의 형식 실험 외에도 관련한 심층적인 내용과 주제 의식을 담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물, 불, 빛이라는 가장 근원적 물질을 시각화하는 장대한 스펙터클의 내면에서 그녀만의 가장 내밀한 내러티브를 작동시키면서 일정 부분 가능해진다. 그것은 그녀가 어린 시절 깊은 바다 속에 빠졌던 경험이 야기한 물에 대한 트라우마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지난한 노력과 눈물 그리고 종국에 얻기에 이른 카타르시스와 같은 것들이 없었다면 이러한 주제에 대한 지금과 같은 심층적인 표현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오태원이 구축하는 물방울들을 가히 영혼의 물방울이라 할 만하다. ●

_2015 오태원 개인전 전시 평론글 _ 김성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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